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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11-2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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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 해월(海月) 천제(闡提) 스님 - 성철문도회장[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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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해월정사
 조회 : 2,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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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스승의 못난 제자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은사이신 성철 스님은 한국불교 중흥의 주역이자 모든 수행자의 귀감이셨습니다. 60년 전 봉암사 결사를 주도해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수행풍토의 초석을 다지셨고 스스로 부처님 가르침이 아닌 언행은 털끝만큼도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저희 상좌들은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스승의 말씀을 잘 지키고 행하여 그 가르침을 널리 전해야 하는 데 그러지 못해 부끄러운 마음입니다. 못난 상좌가 되지 않기 위해 저부터도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시고 많은 도움과 경책을 바라겠습니다."
성철 스님의 맏상좌로 성철문도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해월(海月) 천제(闡提·70) 스님. 스님은 위대한 스승의 '못난 제자'가 되지 않기 위해 항상 스승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스스로를 돌아본다고 한다.
-남의 허물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돼라
천제 스님은 은사께서 일러주신 한 마디, '남의 허물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라'는 말의 뜻을 새기고 또 새긴다고 한다.
"육조단경에 이런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약진수도인 불견세간과(若眞修道人 不見世間過)'. '참 수도인은 남의 허물을 보지 않는다'로 보통 풀이합니다. 그러나 은사님은 그렇게 풀이하지 않으셨습니다. '참 수도인은 남의 허물을 보지 못한다'로 풀이하셨습니다. 이런 풀이야말로 은사님다운 해석이라 하겠습니다."
'보지 않는다'와 '보지 못한다'는 차원이 다른 해석이다. '보지 않는다'는 허물이 있는데 내가 보지 않는다는 말이요, '보지 못한다'는 허물을 보려고 해도 볼 수 없다는 말이다. 상대와 시비를 떠난 데서 하는 말이다. 불교에는 '모든 사람이 부처님이다. 모든 사람을 부처님처럼 섬겨라'는 가르침이 있다. '남의 허물을 보지못하는 사람이 되어라'는 말도 같은 뜻이라 하겠다.
은사와의 만남은 전생의 인연
천제 스님은 15세 되던 해, 부친이 세상을 떠났다. 49재를 경남 통영 안정사 천제굴에서 모셨다. 그 토굴(작은 암자)에 성철 스님이 있었다.
"부친이 돌아가시자 저도 더 이상 살지 못할 것 같았는데 스님을 만나고부터 다시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스님 곁에 머물렀으니, 전생의 인연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저에게는 부친이 두 분이십니다. 한 분은 속가의 부친이시고 또 한 분은 은사 스님이십니다."
천제 스님은 1953년 절에 들어가 1963년 수계했다. 10년 행자생활이었다. 그때 성철 스님은 "나는 평생 상좌를 두지 않기로 했으니 다른 스님을 은사로 정하거라"했다.
그 말씀에 천제 스님은 "10년을 행자로 살았는 데 20년인들 못살겠습니까. 중 안되고 평생 살겠습니다"라고 했다. 그제서야 성철 스님은 천제라는 이름을 주고 상좌로 받아들였다. 천제(闡提)는 '중생의 업이 다하기 전에는 부처가 되지 않겠다'는 뜻이라 한다.
-10년 행자의 수행 노트
천제 스님의 10년 행자시절 수행노트에는 성철 스님의 가르침이 오롯이 적혀 있다. '시주받는 것을 날아오는 화살 받는 것처럼 하라.(受施如箭)', '어려움 가운데 가장 큰 어려움은 알고도 모른체 함이요, 용맹 가운데 가장 큰 용맹은 옳고도 지는 것이니라. 공부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허물을 쓰는(대신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을 받는 위대한 인물은 모든 사람을 존경하는 사람이다.'
흔히들 천제 스님 법명을 '闡提'가 아닌 '天才'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스님은 경학과 외국어에 뛰어나다. 출가수행자 중에 스님만큼 산스크리트어를 아는 스님도 드물다고 한다. 또 영어는 '뉴스위크'나 '타임'지를 우리말 주간지 읽듯 한다. 한문·일본어 실력도 대단하다.
-너는 내 상좌이니 주지 안하면 안되겠느냐
성철 스님이 조계종정이자 해인총림 방장으로 있을 때였다. 천제 스님이 주지를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자 성철 스님이 말했다. "내가 방장이고 너는 내 상좌다. 방장이 자기 상좌를 주지로 만들면 대중들이 내 말을 듣겠느냐. 주지 안할 수 없느냐."
스승의 그 말씀 앞에서 천제 스님은 해인사 주지 꿈은 아예 접었다고 한다. 그만큼 성철 스님은 자신에게 엄한 분이었다.
-살인·절도를 할지언정 어찌 부처님을 생활도구화 하리오
1947년 성철 스님이 봉암사 결사를 주도하면서 만든 청규(淸規·생활규칙)인 공주규약(共住規約)의 초안에 이 말이 들어 있다. '먹을 것이 없으면 차라리 살인·절도를 할지언정 어찌 만고의 사표(師表)인 부처님을 생활도구화 하려는가!'
봉암사 결사는 부처님법대로 살 것을 다짐한 결사였다. 무속불교의 타파, 상업사찰의 근절, 사기승가의 정화. 이 원칙은 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적인 선언이었다.
왜색 잔재가 가시지 않은 당시 절집 풍토는 스님이 돈 있는 신도에게 굽실거리는, 기생보다 못한 꼴(僧不如妓)을 드러내고 있었으며 등을 달아도 돈 많은 사람의 등은 크게, 적은 사람의 등은 작게 하는 것처럼 장사행위를 하고 있었고, 미신화된 불교가 팽배했다. 이들 비불교적 잔재를 과감히 척결, 청정수행가풍의 초석을 다진 결사가 봉암사 결사였고 그 주역을 성철 스님이 맡았다. 스님이 초안한 공주규약은 엄격하면서도 부처님 법도에 맞게 짜여져 오늘날에도 청규로서 모범이 되고 있다.
"그렇게 정법구현(正法具顯)에 평생을 바친 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40여년 함께 살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자랑이요 보람입니다. 오늘날 은사의 정신을 되살려 청정승단의 가풍을 진작시키려는 노력이 종단에서 보여지고 있어 기대가 큽니다."
-법 집행의 잘못으로 억울함 당하는 스님은 없어야
천제 스님은 조계종 법규위원장이다. 국가기관에 비하면 헌법재판소장에 해당된다. 종헌이나 종법 집행의 잘못으로 불이익을 당한 스님이 소원(訴願)을 했을 때 집행의 적법여부를 가려 부적법한 경우 정정을 명령하는 기구다.
스님은 9인 심판관 중 위원장으로서 억울함을 당하는 스님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 조계종에서는 지난 1994년, 1998년 두 차례 심각한 종단 내분사태로 많은 징계자가 발생했었는데, 천제 스님은 1998년 징계자 중에서 이미 많은 이를 구제하여 복적·복권시켰고 1994년 징계자도 구제문제가 계류돼 있어 복적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출가수행자에게도 억울함을 당한 스님이 있기 마련이다. 천제 스님은 그들을 구제하는 역할을 맡아 종도들의 화합에 한몫을 하고 있다.
-봉훈관(奉訓館) 건립이 나의 할 일
천제 스님은 성철 스님의 맏상좌로서 할 일은 스승의 가르침을 잘 지키고 널리 펴는 봉훈관을 건립하는 일이라고 한다. 해운대 청사포 입구에 자리잡은 해월정사(海月精舍)는 천제 스님의 그 뜻을 담고 있는 도량이다. 해월정사 내에는 지금 봉훈관이 어느 정도 모습을 갖추고 있는데, 성철 스님이 남기신 친필을 봉안하고 있다.
친필은 성철 스님이 생전에 법문초안이나 메모, 또 공주규약 초안 등을 일력(日曆)이나 편지지 등에 쓴 것을 모은 것들이다. 이들 친필은 한국 현대불교사의 귀중한 사료(史料)가 되고 있다.
"은사님의 친필을 이곳에 봉안하는 것은 청정가풍의 수행정신을 널리 펴라는 당신의 부촉으로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친필 봉안은 이곳이 앞으로 한국불교사에 한 획을 긋는 성지로 자리매김하는 의의를 갖는다고 하겠습니다." -끝-
↓ 천제 스님은?
1953년 경남 통영 안정사 천제굴에서 출가. 1963년 성철 스님을 은사로, 자운 스님을 계사로 수계. 해인총림 방장 실장. 조계종 종정사서실장. 5~10대 조계종 종회의원. 중앙승가대 창립이사. 현 조계종 법규위원장, 해월정사 회주.
이진두 객원기자 bibbab@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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