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도 절

오늘은 불기 2554년 경인년 성도재 법회의 날입니다.

부처님은 과거생의 선근 복력으로 가비라국 정반왕의 아들로 태어나 부귀를 누리었으나, 동서남북 성문을 유관하면서 인간의 생노병사 고통을 보고는 크게 상심하시고, 그 해결의 방법을 찾아 야반에 성을 넘어 구도의 길을 떠나시었습니다. 유명한 선지자를 찾아 고뇌를 벗어나는 길을 물었으나 만족한 해답을 얻지 못하고 설산에 들어 육 년 동안 고행의 수도를 하셨습니다.

그러나 고행이 육신을 괴롭히는 것일 뿐 해탈의 길이 아니라고 하시고, 니련선하변 보리수 아래에 정좌하고 선정에 들어 우주의 참된 이치를 깨달으셨습니다.

이 성도 즉 깨달음이야 말로 불교가 다른 종교와 차별 되는 가장 큰 대목입니다. 전능전지한 신이 있어 인간을 간섭하고 조종하고 마음에 맞는 인간만 구제한다는 유치하고 불합리한 허구의 교리를 주장하는 서구 종교와 차별되는 점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어떤 창조신의 노예가 아니고, 각자의 인격을 가진 위대한 존재이며, 깨달음이라는 관문을 통하여 성자의 자리에 복귀한다는 성도 이론은 우주의 진리이며 불교의 생명인 것입니다. 그러한 이치를 증득하신 날이 성도일이며, 불가의 사대 명절 중 가장 큰 의미를 갖는 날이고, 기념일인 것입니다.

전능한 신의 구원을 바라는 서구 종교는 과학문명이 발달하고 인지가 높아지면서 그 불합리한 교리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지만, 자신의 본래 가치를 탐구하고 자각하는 불교의 교리는 과학이 발전할수록 그 가치가 빛을 더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일대기를 적은 팔상록이나 경전에 보이는 성도의 모습은 이러합니다.

부처님이 출가하여 처음으로 만난 아라라 선인에게 인간의 고통을 벗어나는 길을 물었으나 그 대답을 듣지 못하고, 다시 가란 선인에게도 만족한 답을 듣지 못하자, 설산에 들어 육 년 동안 고행을 하며 생노병사 고뇌를 벗어나는 길을 궁구하였습니다.

그러나 결국 육신을 괴롭게 하는 고행이 해탈의 길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하시고 수자타가 올리는 유미죽을 드시고 보리수하 금강좌에 정좌하여 선정에 들어 마군을 항복받고 정각을 이루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世尊當入 雪山中 一坐不知 經六年

因見明星 云悟道 言詮消息 匾大千

부처님은 정각을 이루시고 7일간 선정에 드시어 머물면서 이러한 큰 이치를 중생들에게 설명해도 알 수 없을 것이며, 오히려 불신을 쌓아 업을 더할 뿐이라고 하시고 그대로 열반에 드시려 하셨답니다.

그 때 대범천과 제석천왕들이 부처님의 뜻을 헤아리고 중생을 위해 설법해 주시기를 간청하였으며, 그 간절한 청을 들어 설법하기로 결심하셨습니다.

먼저 출가 수도의 길에 만났던 아라라 선인과 가란 선인을 제도하려 천안으로 살펴보니, 수명이 다해 살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음으로 국왕의 명으로 고행시에 함께한 교진여등 오인을 제도 하고자 하였습니다. 이 다섯 사람은 부처님이 고행을 버리고 타락했다고 하여, 바라나국 녹야원에 떠나 있었습니다. 부처님이 바라나국 교진여등 오인이 머문 곳에 이르렀을 때 이 다섯 사람은 ‘구담이 고행을 버리고 음식락에 취하여 타락하였으니 인사도 말고 영접도 하지 말자고’하였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이 도착하자 장엄한 위의에 감동하여 자신도 모르게 영접을 하고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답니다. 경전에는 이 녹야원에서 오인에게 설하신 법문을 부처님의 초전 법륜 즉 첫 법문이라 기록하고 의미를 크게 부여하였습니다.

形在苦者 心卽惱亂 身在樂者 情卽樂着

是以苦樂 兩非道因

今者若能 棄捨苦樂 行於中道 心卽寂定

堪能修彼 八正聖道

離於生老 病死之患 我以隨順 中道之行

得成 阿뇩多羅 三若參菩理

고락 유무를 떠난 중도를 증득하여 무상정변지를 얻었다고 선언하였습니다. 이에 오인이 여래의 이 말씀을 듣고 크게 환희심을 발하였습니다. 이어서 부처님은 말씀하시었습니다.

“교진여 등은 마땅히 오음성고를 관할 것이니 생고 노고 병고 사고 애별리고 원증회고 소구부득고 실영락고 등 여덟고니라. 모든 중생이 이 팔고를 벗어나지 못하나니 그 근본은 나를 인해 고가 생하는 것이며 삼독이 근원이 되느니라. 종자에서 싹이 나듯이 중생이 삼유에 윤회를 하는 것이며, 만약 아상과 삼독을 멸하면 모든 고뇌가 끊어지는 것이니라.”

이에 오인은 도과를 증득하여 수행을 서원하였으며, 부처님이 선래비구라 함에 낙발 가사 착신하여 제자가 되었습니다. 이어서 야사 가섭 등 천여 제자가 부처님을 수행하고 죽림정사 기원정사에서 불법을 설하시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