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지 절

오늘은 경인년 동짓날입니다. 송구영신의 동지법회에 참석하신 불자님들 고맙습니다. 팥죽의 명절 동짓날에 묵은해의 과오를 참회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송년의 고불 법회입니다.

부처님의 가호와 종사님의 법력으로 마장을 이기고 좋은 새해 맞으시기 바랍니다. 동지는 우리가 사는 지구 북반부에서는 일 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제일 긴 날이며, 반대로 남반부에서는 낮이 긴 날입니다. 지구의 자전축이 23.4도 쯤 기울어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인 것입니다. 지구가 태양을 일회 공전하는 시간을 우리는 일 년 으로 세고 있으며, 동지는 제일 남쪽에 태양이 비칠 때를 말합니다.

그래서 일 년을 기준으로 보면 양력은 24절기 와 거의 일치 하지만은, 달의 지구 공전을 한 달로 계산해서 일 년을 12달로 정한 음력은, 24절기를 정하여 맞추는 것이며 22번째 절기가 동지입니다. 그래서 양력은 4년마다 공전주기에서 남는 시간을 보태어 하루를 치고 윤년을 없애며, 음력은 공전주기에 모자라는 날을 3년 보태어 윤월을 만들어 맞추어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여러 가지 이유로 두 달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변의 일은 양력으로, 이변의 일은 음력으로 쳐서 두 달력의 좋은 점을 함께 이용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실정입니다. ‘이판사판’이라는 말이 절에서 사용한 어휘라는 것은 알려진 일입니다만, 이 말의 어원 또한 화엄경 사무애 법문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어쨌든 동지는 해가 다시 길어지는 날이기 때문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날을 태양의 날로 기렸으며, 고대에는 이 날을 새해 첫날로 정하기도 하였고, 아세 곧 작은 설로 축하하기도 한 것입니다.

우리네 민속 가풍으로 동지는 팥죽의 명절로 삼고 있습니다.
팥죽의 새알심을 나이라 생각하며, 병액을 막기 위해 팥죽을 먹고 집 안팎에 뿌리는 풍습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팥이 유일하게 붉은 곡식이며 붉은 색을 귀신이 싫어 한다는 속설에서 연유한 것이라고 합니다.

중국의 요순시절에 형벌을 관장한 공공씨가 불초한 자식이 동지에 죽어 역귀가 되었는데 생전에 붉은 팥을 싫어한 것을 상기한 전설이라고 합니다. 음양으로 세상의 이치를 믿어온 우리네 조상들은 가장 음기가 왕성하는 동지에 붉은 색의 양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이러한 기원의 행사를 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찰에서는 한 해의 마지막을 맞는 동지에 한 해 동안 지나온 일들을 돌아보며 과오를 참회하고 새해를 맞는 송구영신의 의미로 참회 기원의 법회를 갖는 것입니다.영양이 풍부한 찹쌀과 팥죽으로 추위를 이기고 정진하여 새해를 건강한 심신으로 맞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더 크다고 할 것입니다. 옛날 중국 총림에서도 ‘동재’라 하여 법회를 열고 대중이 별미로 공양하는 의식을 가졌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봉훈도량 해월정사에서는 추모성역조성 불사를 기원하며 새해를 맞습니다.
불사에 도움을 주시는 불자님들 고맙습니다.
건강하고 보람 있게 새해를 맞으시길 기원 드립니다.

해월정사 회주 천제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