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어(경인년 동안거 결제일)

  날은 차고 해는 짧으니 두 사람이 한 그릇을 쓰는지라

와우산정에 서운이 퍼져있고 청사 해변에 향풍이 땅을 휩쓰 도다.

신령한 거북이 그림을 지고 오니 향엄이 실색하고

순수에 배를 띄우니 소산에 빛이 비친다.

조와 용이 때를 같이 함은 묻지 않거니와

조와 용이 때를 같이 하지 않음은 어떠한가!

견공이 사면칙서를 물고 가니 제후가 길을 피하도다.

용아스님이 처음 참여하여 취미스님께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입니까?’

취미스님이 ‘나에게 선판을 가져 오너라’ 하여

용아스님이 선판을 가져오니 취미스님이 받아서 문득 때리거늘

용아스님이 ‘때리기는 마음대로이나 조사의 뜻은 없습니다.’라고 말하였다.

또 임제스님에게 묻기를 ‘어떤 것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입니까?’

 임제스님이 나에게 포단을 가져 오너라 하니 용아스님이 포단을 가져다 임제스님께 드렸다.
 
임제스님이 받아서 문득 때리니

용아스님이 ‘때리기는 마음대로이나 조사의 뜻은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용아스님이 뒷날 출세한 후에 어느 승이 물었다. ‘스님이 행각시에

두 큰스님께 조사의 뜻을 물었는데 두 큰스님의 도안이 밝았습니까?’

용아스님이 말하기를 밝기는 밝았지만 조사의 뜻은 없었느니라.

사운 달은 굽은 활같고 비는 적고 바람은 많도다.

설두 현선사가 송하였다.

‘용아산속 용이 눈멀었으니 죽은 물에서 어찌 옛 가풍을 떨치리오!

선판 포단을 쓰지 못하니 다만 나에게 줄 것이로다.’

옛사람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밝음과 어두움이 서로 섞인 살활의 기틀이여

큰사람의 경계는 보현보살만이 아나니

한 가지에서 났으나 한 가지에서 죽지 않으니

암자의 늙은 큰스님을 웃게 함이로다.

대중아 말해보라

설두스님의 뜻이 필경에 무엇인가.

극빈은 벌전을 달게 받고 눈먼 나귀는 일부러 정법안장을 멸함이로다.’

일할하고 하좌하시다.